한포진의 발병
한포진은 손, 발의 피부에 투명하고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생기는 비염증성 수포성 질환입니다. 한포진이 가장 흔하게 생기는 부위는 손가락의 양쪽 옆이며, 손톱 주위에도 생겨 손톱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가락에 생기기도 하고 손가락에 있던 수포가 손바닥으로 퍼지기도 합니다.
저의 손가락에 한포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결혼을 하고 난 얼마 후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물집인 줄 알았는데, 수포가 점점 퍼지더니 오른쪽 손가락 전체를 덮는 데까지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손가락에 수포가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손톱의 모양이 변형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같은 경우, 결혼 이후 살림을 하고 설거지를 자주 하면서, 즉 물에 손이 많이 닿아서 생긴 증상 같습니다.
증상
한포진의 초기 증상으로 손가락에 가려움증이 있었습니다. 가려운 증상은 물이나 비누에 접촉하면 더 심해졌고, 점차 습진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투명하고 잘 터지지 않는 1~2mm 정도의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손바닥이나 손가락 측면에 발생하며, 열감이나 따가운 느낌이 있었고, 때로는 작은 물집들이 서로 합쳐져서 큰 물집을 형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문제는 진물이 나오고 다시 아물 때까지 수포와 갈라진 피부로 인한 통증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수포가 생기고 진물이 터져 흐르고 통증을 느끼고 다시 아물고, 다시 수포가 생기고....를 반복하는 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한포진 증상은 대부분 2~3주가 지나 표피 탈락과 함께 저절로 사라진다고 했지만, 재발 경향이 높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약 80%에게서는 손에만 한포진이 발생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포진은 무좀과 달리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물집을 터트리면 주변으로 병변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치료 시도와 재발
설거지를 할 때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사용하였습니다. 염증에 좋다는 죽염수도 사용해 보았습니다. 피부과에서 약물, 주사 치료, 연고 처방 등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하면 그 때는 수포가 가라앉지만,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멈추면 수포가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며 쉽사리 낫질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연고는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였습니다.
한포진은 한번 발병하면 계절이나 스트레스에 따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한포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학 정보에 따라 잠을 일찍 청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하였지만, 좀처럼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치료와 재발이 반복되던 중에 몇 개월 후에 저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한포진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이 시간을 보내면서 손이 물에 닿는 것에 매우 조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무장갑 안에 면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였고, 욕실 청소 등을 할 때에도 역시 면장갑과 고무장갑은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7년간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만 7년이 지난 후, 저희 가족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저는 이사로 인해 많은 신경을 써야 했는데,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포진이 재발하였습니다. 이사 과정에서 손이 평소보다 훨씬 물에 많이 자주 닿았고, 청소와 이사하는 데에 마음이 급해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만졌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수포를 보고 당시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한포진이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빨리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렇게 재발한 한포진은 첫 발병 때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한포진과 오랫동안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이 때를 기점으로 2년 6개월을 한포진과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수포는 손가락에 생겼던 것이 확산되어 손톱의 모양이 변형되었고 급기야 손바닥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포진으로부터 힘겨운 시간들을 오랫동안 보내야 했습니다.
한포진 완치와 관련한 포스팅 2부를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